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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6월 27일, 71년간 유지되던 형법 제328조 1항이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사실상 무효가 됐습니다.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절도·사기·횡령의 형을 면제해 주던 조항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 겁니다. 이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저는 어릴 적 할아버지 가게의 돈통에서 동전을 훔쳤던 기억이 떠오르더군요.
동전 몇 닢과 71년짜리 법 사이에서
초등학교 1학년 무렵이었어요. 할아버지는 종이 봉투 가게를 운영하셨죠. 당시에는 대규모 공장 생산이 아니라 아르바이트하시는 분들이 직접 손으로 봉투를 붙여 납품하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할아버지도 작은 가게에 기거하시면서 장사를 하셨어요. 가게 선반 위에는 동전을 모아두는 돈통이 하나 있었는데, 저는 그 돈통에서 동전 몇 닢을 꺼냈답니다. 당시 어린이 잡지였던 소년중앙이 너무나 읽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할아버지도, 부모님도 몰랐던 게 아니었을 겁니다. 알면서도 커가는 과정이라 눈감아 주시고, 평소 정직함을 강조하시면서 스스로 부끄러움을 느끼게 유도하셨던 것 같습니다. 그 시절 가족 간 다툼이 경찰서나 법원으로 이어진다는 건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고소·고발은 아예 선택지에 없었죠.
그런데 그 '당연함'을 법으로 규정한 게 바로 형법 제328조 1항, 이른바 친족상도례였습니다. 여기서 친족상도례란 직계혈족·배우자·동거친족 사이의 재산범죄에 대해 형을 면제하도록 규정한 조항입니다. 쉽게 말해 가족끼리는 훔쳐도 처벌하지 않는다는 원칙이었습니다. 이 조항이 1953년 형법 제정 이후 71년간 그대로 살아있었습니다. 법이 가족 간 고소를 부당하다고 선고한 셈입니다.
- 1953년 형법 제정 시 도입, 2024년 6월 헌법불합치 결정
- 적용 대상: 절도·사기·공갈·횡령·배임·권리행사방해·장물 등 재산범죄 전반 (강도·손괴 제외)
- 친족 범위: 민법 제777조 준용, 8촌 이내 혈족·4촌 이내 인척까지 해당
- 헌재가 심판한 계기: 지적장애인 조카의 20년치 임금을 동거 삼촌 부부가 가로챈 사건
친고죄로 바뀐 법, 열쇠를 쥔 사람
국회는 2024년 12월 30일 개정안을 의결·공포했습니다. 핵심은 형 면제 폐지 후 친고죄로의 일원화입니다. 여기서 친고죄란 피해자가 직접 고소해야만 수사와 기소가 시작되는 범죄 유형을 말합니다. 처벌의 문은 열렸지만, 그 문을 여닫는 열쇠는 피해자인 가족이 쥔 구조입니다.
이 기준은 이미 법정에서 확인됐습니다. 대법원은 2024년 12월, 부모 집에서 2431만 원 상당의 금품을 절취한 아들 사건에서 부모가 처벌불원서를 제출하자 공소기각 취지로 파기환송했습니다. 처벌도 가능하고 용서도 가능한 구조, 그 선택이 피해자에게 온전히 돌아간 셈입니다.
개정법에서 제가 특히 주목한 부분은 직계존속 고소 금지 특례입니다. 종전에는 형사소송법 제224조에 따라 자신의 직계존속, 즉 부모·조부모를 고소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개정법은 재산범죄에 한해 이 금지를 풀어, 부모를 상대로도 고소할 수 있도록 예외를 만들었습니다. 소급 적용 범위도 정리됐는데, 대법원은 헌재 결정일인 2024년 6월 27일 이후 발생한 범행부터 개정법의 친고죄 체계를 적용한다고 판시했습니다(출처: 대법원 공식 홈페이지).
인터넷에 떠도는 사례들을 보면, 법 개정 전에 이 조항이 실제로 악용되는 사례가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시어머니가 아들 부부 집에 들어와 물건을 가져가도 처벌할 수 없고, 남편이 아내 명의 계좌를 무단으로 인출해도 형사 처벌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적반하장 행태를 낳는 경우가 자주 소개되더군요. 반대로 아내가 남편의 돈을 들고 도주해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가족이라는 이름이 사실상 면죄부였던 겁니다.
6개월의 시한과 달라진 가족의 풍경
법이 바뀌었다고 해서 가족 간 분쟁이 갑자기 모두 법정으로 가진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번 법 개정은 단순한 법 조문으로만 그치지는 않는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 기대됩니다. 단지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잘못을 저지르고도 오히려 당당하고 무례한 안하무인격 행태는 부릴 수 없게 되었으니까요.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이 2025년 3월 발표한 분석에 따르면, 인구 10만 명당 사기 피해 건수는 2016년 1,152건에서 2024년 4,583건으로 8년 만에 4배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그중 차용 사기, 즉 돈을 빌려 간 뒤 갚지 않는 형태가 2024년 기준 전체 사기의 50.3%를 차지했습니다. 가족 간 사기가 발생했을 경우, 피해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그 분위기가 새삼 달라질 것이라 봅니다(출처: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그러나 그럼에도 아직 현실적인 아쉬움이 있습니다. 친고죄에는 '범인을 알게 된 날부터 6개월'이라는 고소 시한이 붙습니다. 이 기간 안에 결단을 내리지 못하면 처벌 기회가 영구히 사라집니다. 가족을 고소하는 일은 감정적으로 결코 쉽지 않은데, 6개월이라는 시간은 실제로 매우 짧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경과 사건에 대한 특례 고소 기간은 이미 2025년 6월 30일에 만료됐으니, 지금부터는 상시 친고죄 체계만 남아 있습니다.
한편 저는 이번 개정이 현재 세대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했다고 봅니다. 과거와 달리 부부 사이에서도 경제적 단위를 분리해 운영하는, 이른바 '딴 주머니' 방식이 일반화된 시대입니다.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도 개인의 재산권이 독립적으로 존재한다는 인식이 커진 만큼, 법도 그에 맞게 움직인 것으로 보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친족상도례 폐지 이후 부모 돈을 훔치면 바로 처벌받나요?
A. 자동으로 처벌되지는 않습니다. 개정법은 친고죄 체계를 채택했기 때문에, 피해자인 부모가 직접 고소를 해야 비로소 수사와 기소가 시작됩니다. 부모가 처벌불원서를 제출하면 공소기각이 되는 구조입니다. 실제로 2431만 원 절도 사건에서도 부모의 처벌불원 의사가 결과를 갈랐습니다.
Q. 고소 기한이 6개월이라는데 언제부터 세나요?
A. 친고죄의 고소 기한은 '범인을 알게 된 날부터 6개월'입니다. 범죄 발생일이 아니라 피해자가 범인의 신원을 알게 된 날이 기준입니다. 가족 간 사건은 범인이 이미 알려진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사실상 피해 사실을 인지한 날부터 카운트가 시작된다고 보시면 됩니다.
Q. 배우자가 제 돈을 무단으로 인출했는데 고소할 수 있나요?
A. 2024년 6월 27일 이후 발생한 사건이라면 친고죄 규정이 적용돼 고소가 가능합니다. 배우자도 친족 범위에 포함되며, 절도·횡령·배임 등의 재산범죄가 해당됩니다. 다만 실제 고소 여부와 입증 방법은 구체적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법률 전문가와 상담해 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Q. 2024년 6월 27일 이전에 발생한 가족 간 절도 사건도 소급 적용이 되나요?
A. 소급 적용이 되지 않습니다. 대법원은 헌재 결정일인 2024년 6월 27일 이후 발생한 범행부터 개정법의 친고죄 체계를 적용한다고 명시했습니다. 그 이전 사건은 종전의 형 면제 규정이 그대로 적용됩니다. 경과 사건에 대한 특례 고소 기간도 2025년 6월 30일에 이미 만료됐습니다.
결론
할아버지 돈통에서 동전을 훔쳤던 그 어린 시절을 떠올리면, 가족 간 신뢰와 관용이 얼마나 소중한지 새삼 느낍니다. 한편 그 관용이 악용될 때 얼마나 깊은 상처를 남기는지도, 여러 사례들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지적장애인 조카의 20년치 임금을 가로채고도 법망을 피하던 일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법 조문 변경은 현실 사회의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일임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이번 친족상도례 폐지와 친고죄로의 전환은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것이 용서되는 시대가 끝났음을 뜻합니다. 가족을 용서하고 싶다면 고소하지 않으면 되고, 법적 대응이 필요하다면 그 선택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이 균형이 제가 이번 개정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이유입니다. 다만 6개월의 고소 시한은 현실적으로 촉박할 수 있으니, 피해를 인지했다면 빠르게 전문가와 상담하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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