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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세 여학생이 스마트폰 하나로 낯선 50대 남성에게 소주를 부탁했다. 그 남성은 지금 검찰에 넘겨졌고, 아이들은 아무런 법적 책임을 지지 않는다. 저는 이 뉴스를 보면서 씁쓸한 감정이 먼저 들었습니다. 법이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지, 그리고 그 법이 실제로 아이들을 지키고 있는지에 대해 제대로 한번 따져보고 싶었습니다.

    AI 생성



    '댈구(대리구매)'가 퍼지는 방식, 법은 왜 막지 못하는가

    경기 시흥시 비둘기공원 인근에서 10대 청소년들에게 술과 담배를 대신 사주며 '비둘기 아저씨'로 불리던 50대 남성이 청소년보호법 위반 혐의로 검거됐습니다. 현행 청소년보호법 제28조는 누구든지 미성년자에게 주류나 담배 등 청소년유해약물을 제공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으며, 위반 시 최대 징역 2년 또는 벌금 2,000만 원이 부과됩니다(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그런데 법의 처벌 수위가 결코 가볍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X(옛 트위터)에서 '댈구'라는 키워드로 검색하면 품목별 수수료까지 올려놓고 쪽지로 주문을 받는 게시물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댈구'란 '대리구매'의 줄임말로, 성인이 미성년자를 대신해 술·담배·전자담배 등을 구입해 주는 불법 거래를 가리킵니다. 연초 1 갑당 수고비 1,500원, 술이나 액상담배는 1,000원 선으로 거래되는 이 시장은 편의점 반값 택배와 무인 택배함을 통해 비대면으로 확산 중입니다.

    수사당국은 X나 텔레그램 같은 해외 서버 기반 플랫폼에서 신원을 특정하기도 어렵고, 일일이 모니터링한 뒤 집중 추적해야 하는 구조라 수사 자체가 쉽지 않다고 설명합니다. 이렇게 법은 있는데 실질적인 조치가 따라가지 못하는 현실이 아이들에게 '우리는 잡히지 않는다'는 확신을 심어주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약: '댈구' 거래는 SNS를 기반으로 급속히 확산 중이며, 해외 플랫폼 특성상 수사망을 피하기 쉬워 법 집행에 구조적 한계가 존재합니다.

     

    대리구매가 성착취의 입구가 되는 이유

    단순한 심부름처럼 보이는 댈구가 왜 중범죄로 이어질까요? 법학에서는 이를 '진입형 범죄(Gateway Crime)'라는 개념으로 설명합니다. 여기서 진입형 범죄란, 그 행위 자체의 위법성은 비교적 경미하지만 더 중대한 범죄로 들어가는 관문 역할을 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대리구매가 딱 이 구조에 해당합니다.

    그 실례로 최근 최영중 전 청주시의원이 채팅앱으로 알게 된 여중생에게 담배를 사주겠다고 접근한 뒤 약 1년에 걸쳐 성관계를 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또 다른 사례에서는 담배를 대신 사준 뒤 수수료 대신 신체 노출을 요구한 남성이 경상남도 특별사법경찰에 적발됐습니다. 이 경우 형법 제305조, 즉 미성년자 의제강간 조항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미성년자 의제강간이란, 피해자가 만 16세 미만인 경우 상대방의 동의 여부와 무관하게 성인과의 성관계를 강간죄로 의제하여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는 규정입니다(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저와 가까운 시각장애인 친구가 이 기사를 접하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어릴 때부터 기숙사 생활을 했던 탓에 오래전부터 청소년들로부터 술·담배를 사달라는 부탁을 종종 받았다고요. 그때마다 "저는 그런 거 몰라요" 하고 자리를 피했다는 그 친구의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는 점, 그리고 그 자리를 피하지 않고 오히려 유도하는 성인이 있어왔다는 현실에 이 기사의 내용이 새삼스럽지만은 않습니다.

    • 형법 제305조(미성년자 의제강간): 만 16세 미만 대상, 동의 여부 무관하게 3년 이상 유기징역
    •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15조의2(그루밍): 술·담배를 미끼로 한 성적 유인 행위,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
    • 사기죄(형법 제347조): 선입금 후 잠적하는 비대면 사기, 10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
    요약: 댈구는 단순 유해물질 제공을 넘어 성착취·사기 같은 중대 범죄로 이어지는 전형적인 진입형 범죄로, 피해 청소년은 신고조차 꺼리는 구조에 놓입니다.

     

    지위비행과 온정주의, 법은 누구 편인가

    제가 약간은 부조리하다 생각되는 지점은 아이들이 먼저 돈을 쥐어주고 적극적으로 부탁했는데, 왜 성인만 전과자가 되는가 하는 부분입니다.
    법학에서는 미성년자의 음주·흡연처럼 '성인에게는 허용되지만 청소년이라는 신분 때문에 금지되는 행위'를 지위비행(Status Offense)이라고 부릅니다. 쉽게 말해, 살인이나 절도처럼 행위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니라, 행위자의 나이라는 조건 때문에만 불법이 되는 범주입니다. 현행법은 이 지위비행의 책임을 전적으로 공급자인 성인에게만 묻습니다.
    그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온정주의(Paternalism)입니다. 온정주의란 개인의 판단 능력이 미성숙하다고 보고 국가나 사회가 대신 결정을 내려 보호하는 철학적 입장을 말합니다. 미성년자는 아직 온전한 자기결정권을 행사하기 어렵다는 전제 아래, 설령 청소년이 먼저 원했다 해도 이를 거절하고 올바르게 지도할 최종 책임은 성인에게 있다는 논리입니다.

    제가 생각하기에도 이 논리가 완전히 틀린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분명 세상을 산 경험이 많은 성인에게는 청소년들을 바르게 이끌어야 할 책임이 있는 것이 사실이고 온정적인 눈길로 아이들을 보는 것이 필요한 것은 한 때 청소년들이 호기심으로 한 때 담배 등에 손을 댄다 해도 건강한 성인으로 성장하는 이들이 더 많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저는 여기서 더 나아가 이런 나이 때문에 잘못이라는 인식에 대해 꼭 법이라는 잣대로 냉혹하게 판단해야 하느냐 하는 생각까지 하게 됩니다. 저는 이렇게 자발적으로 탈법을 선택한 청소년에게 아무런 교육적 개입도 하지 않아 탈법에 담대하게 만드는 지금의 온정주의와 더불어 꼭 절대적인 악이라 할 수 없는 행위에 대한 법의 처벌이 필수적으로 필요한가 하는 고민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즉 술과 담배에 대한 지금의 법적인 조치는 두 가지 모순, 즉 악이라 규정할 수 없는 행위에 대한 범죄화와 더불어 청소년에게 탈법에 대한 면죄부로 인한 범죄에 대한 대담함의 성장이라는 측면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요약: 현행법은 온정주의에 기반해 청소년 음주·흡연의 모든 법적 책임을 성인에게만 지우는데, 이는 자발적 탈법을 주도하는 청소년에 대한 교정 기회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구조이기도 합니다.

     

    금지가 만든 음지, 가정이 할 수 있는 것

    예전에는 부모가 명절에 아이에게 잔을 따르며 "술은 이렇게 마시는 거다"라고 가르치던 문화가 있었습니다. 지금 기준으로는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그 문화의 본질은 사실 '통제된 환경에서 절제와 책임을 가르치는 것'이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현행법상 미성년자가 술이나 담배를 소비하는 행위 자체는 처벌 대상이 아닙니다. 법이 막는 것은 시장에서의 공급, 즉 통제되지 않는 외부 성인이 아이에게 유해물질을 건네는 행위입니다.
    그런데 공급망을 형사처벌로만 틀어막는 일변도의 접근이 오히려 역효과를 낳고 있지는 않은지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독일은 16세 이상 청소년에게 보호자 동반 시 발효주(맥주·와인)를 허용하는 등 연령별로 주종을 차등화하고 있습니다. 무조건적인 금지 대신 절제를 학습할 수 있는 사회적 울타리를 마련해 두는 방식이지요. 한국의 일괄 연령 규제 방식이 디지털 시대에도 유효한가라는 비판은 꽤 설득력이 있습니다.
    저는 제도의 보완도 필요하지만, 그보다 더 빠르게 작동할 수 있는 건 결국 가정에서의 대화라고 봅니다. "절대 안 돼"라는 단절보다, 왜 조심해야 하는지를 함께 이야기하고 호기심을 안전하게 소화할 수 있는 관계를 만드는 것이 '비둘기 아저씨'보다 훨씬 강한 방패가 될 수 있습니다. 제가 사례들을 돌아볼 때에도 확인하게 되는 것은 아이들이 나쁜 어른에게 손을 내밀게 되는 건, 대부분 가까운 어른에게 말을 꺼낼 수 없을 때입니다.

    요약: 전면적 금지는 청소년을 음지로 내몰고 더 큰 위험에 노출시킬 수 있으며, 가정에서의 솔직한 대화와 배려 있는 소통이 법률 조항보다 실질적인 보호막이 될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청소년에게 술·담배를 사주면 실제로 처벌받나요?

    A. 네, 실제로 처벌됩니다. 청소년보호법 제28조 위반으로 최대 징역 2년 또는 벌금 2,000만 원이 부과됩니다. 수고비를 받지 않았더라도, 청소년이 먼저 부탁했더라도 성인에게 전적으로 책임이 귀속되는 구조입니다. SNS를 통한 비대면 거래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Q. 술을 사달라고 부탁한 청소년도 처벌받나요?

    A. 현행법상 대리구매를 의뢰한 청소년 본인은 형사처벌 대상이 아닙니다. 2차 범죄 피해를 입었을 때 신고를 꺼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정책적 판단이지만, 이로 인해 법의 보호를 방패 삼아 탈법 거래를 주도하는 모럴 해저드 문제가 제기되고 있기도 합니다.

     

    Q. 댈구가 성범죄로 이어지는 경로는 어떻게 되나요?

    A. 성인이 담배나 술을 미끼로 청소년과 신뢰 관계를 형성한 뒤 신체 노출이나 성관계를 유도하는 방식이 대표적입니다. 이는 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상 그루밍(성적 길들이기) 범죄에 해당할 수 있으며, 피해 청소년이 불법 거래에 연루되었다는 심리적 압박 때문에 신고를 꺼리는 점을 악용하는 구조입니다.

     

    Q. 해외에서는 청소년 음주를 어떻게 규제하나요?

    A. 독일은 16세 이상 청소년에게 보호자 동반 조건으로 맥주·와인 등 발효주를 허용하고, 미국의 상당수 주는 미성년자의 주류 소지 자체를 경범죄나 행정 위반으로 처리해 벌금·사회봉사·의무 교육 이수 등의 비형사적 책임을 부과합니다. 전면 금지보다 절제를 가르치는 방향으로 제도를 설계한 사례입니다.

     

    결론

    법이 아이들을 보호하는 것은 맞습니다. 그런데 그 보호가 공급을 막는 형사처벌 하나에만 집중되어 있고, 정작 아이들이 왜 그 손을 내미는지에 대한 답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저는 내내 마음에 걸렸습니다. 전면적인 금지가 만들어낸 음지에서 아이들이 낯선 어른을 만나고, 그 만남이 성착취나 사기로 이어지는 현실은 법이 의도한 결과와는 너무 다릅니다.
    제도를 바꾸는 데는 시간이 걸립니다. 하지만 가정에서 "그게 궁금하면 나한테 물어봐"라고 말할 수 있는 관계는 오늘 당장 만들 수 있습니다. 법 조항보다 그 한마디가 아이를 비둘기 아저씨로부터 더 멀리 떼어놓을 수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참고: https://n.news.naver.com/article/025/0003553903?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