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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혼 후 9년을 함께 살아온 아들이 어느 날 주민등록등본에서 자신이 '동거인'으로 표기된 것을 발견했습니다. 제가 아르바이트하던 식당 사장님께 직접 들은 이야기인데, 처음 들었을 때 가슴이 서늘했습니다. 법 때문에 마음이 의심받는 상황...법이 그렇다는 설명으로만으로는 위로가 안 되는 상황이잖아요. 재혼 가정에서 진짜 가족이 되려면, 결혼식 이상의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것을 저도 미처 몰랐답니다.
9년을 함께 살았는데 '동거인'이라니
식당 사장님이 처음 그 이야기를 꺼냈을 때, 저는 숟가락을 잠시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남편과 사별한 뒤 남편의 아들과 함께 살아온 세월이 9년이었는데, 남편이 세상을 떠나고 나니 그 아들과 사장님 사이의 법적 관계는 말 그대로 '남남'이 되어 버렸다는 것이었습니다.
이건 사실 법률 용어로 따지면 법정혈족 관계가 없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여기서 법정혈족이란 혈연으로 연결된 것이 아니라, 법에 의해 친족 관계가 인정되는 경우를 말합니다. 계모와 남편의 자녀는 남편이 생존해 있는 동안에는 혼인에 의한 인척 관계로 묶여 있지만, 남편이 사망하는 순간 그 연결 고리 자체가 끊깁니다.
저도 두 딸이 있는 사람과 재혼을 했기 때문에 이 이야기가 남 일처럼 들리지 않았습니다. 결혼할 당시 아이들은 이미 초등생이라 상황을 다 알고 있었고 우리의 결혼을 환영하는터라 솔직히 법적인 부분은 별로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그냥 함께 밥 먹고, 가족을 이루고, 평화롭게 지내는 것으로 충분히 만족했고 불편함도 없었으니까요. 그런데 사장님 이야기를 들은 뒤로는 아차 싶었습니다. 마음으로 가족이 되는 것과 법적으로 가족이 되는 것 사이에는 생각보다 훨씬 큰 간격이 있다는 걸 그날 처음으로 실감했으니까요.
1991년 민법 개정이 바꿔놓은 것
법이 왜 이렇게 된 걸까 궁금해서 찾아봤더니, 1991년 1월 1일 시행된 민법 개정이 결정적이었습니다. 개정 이전에는 자녀가 있는 남자와 결혼한 여성은 자동으로 그 자녀의 법적 모친 지위를 갖게 되는 구조였습니다. 반면 자녀가 있는 여성과 결혼한 남성은 그 자녀와 아무 법적 관계가 생기지 않았습니다. 이 차이가 남녀평등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누적되면서 법이 바뀐 것입니다.
그런데 법을 바꾸는 방향이 '계부에게도 법적 관계를 인정하자'가 아니라 '계모에게도 자동 법적 관계를 없애자'로 결론이 난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현행법 아래서는 재혼한 배우자의 자녀와 계부·계모 사이에는, 별도로 입양 절차를 밟지 않는 한 어떠한 법정혈족 관계도 성립하지 않습니다(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민법).
이 부분을 처음 알았을 때 저는 솔직히 좀 씁쓸했습니다. 평등을 향한 방향이 맞다는 건 알겠는데, 정작 수십 년을 함께 살아온 가족들에게는 그 '평등'이 단절의 형태로 찾아온 셈이니까요. 사장님의 경우처럼 9년을 한 지붕 아래 살아도, 모자의 정이 아무리 깊어도 서류 한 장이 '동거인'이라고 말하는 현실은, 법 개정의 의도와는 별개로 누군가에게는 분명 상처가 되니까요. 그래서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법적인 문제 때문에 예기치 못하게 받는 상처를 봉합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해서요.
법적 부모가 되려면: 일반 입양과 친양자 입양의 차이
방법은 혼인 신고 외에 입양 절차까지 마침으로써 법적 지위와 관계를 확실히 해 두는 것입니다 . 그런데 입양에도 두 가지 종류가 있어서, 상황에 따라 어떤 방식을 선택할지가 달라집니다.
먼저 일반 양자 입양은 양부모와 법적 친자 관계를 새로 만들면서도, 기존 친부모와의 관계는 그대로 유지됩니다. 즉 아이 입장에서는 법적인 부모가 둘 이상이 되는 셈입니다. 성년이 된 뒤에도 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입니다.
개인적으로 아이의 권리 존중과 보존을 위해서는 친양자보다는 양자 입양 낫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친양자 입양은 성격이 다릅니다. 여기서 친양자 입양이란 기존 친부 또는 친모와의 법률 관계를 완전히 소멸시키고, 새로운 양부모를 법적 친부모로 대체하는 제도입니다. 가족관계등록부도 새로 정리되고, 성과 본도 양부모를 따르게 됩니다. 단, 미성년자에게만 적용이 가능하고, 친부모의 동의가 원칙적으로 필요합니다(출처: 여성가족부 가족정책).
두 방식의 핵심 차이를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 일반 양자 입양: 기존 친부모 관계 유지, 양부모 관계 추가, 성년 이후에도 가능
- 친양자 입양: 기존 친부모 관계 완전 소멸, 양부모가 법적 친부모로 대체, 미성년자만 가능
- 성본 변경만으로는 가족관계등록부 상 부모자녀 관계가 생기지 않음
- 친양자 입양 시 친부모 동의 필요, 성과 본도 양부모를 따름
제가 이 내용을 처음 들었을 때 가장 놀랐던 부분은 성본 변경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재혼 후 새아버지의 성을 따라 아이의 성을 바꿨다고 해도, 그것만으로는 아버지의 가족관계등록부에 그 아이가 자녀로 올라가지 않는다는 겁니다. 겉으로는 같은 성을 쓰는 가족처럼 보여도, 법적으로는 여전히 남남인 상태가 유지됩니다. 이건 제 경험상 정말 많은 분들이 오해하고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상속은 마음이 아니라 서류가 결정한다
사장님 이야기에는 뒷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시어머니가 손주의 주민등록등본에서 '동거인' 표기를 발견하고, 그것을 빌미로 남편에게서 상속받은 땅을 내놓으라고 압박했다는 것입니다. 사장님은 결국 견디지 못하고 그 땅을 내어주고 말았습니다. 법적으로 정당하게 받은 것이었는데도요.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저는 참 화가 났습니다. 법을 이해하지 못한 사람들의 오해가 얼마나 잔인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 그 장면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습니다.
상속의 원칙부터 짚고 가면, 법정상속인이란 민법에서 정한 순위에 따라 사망자의 재산을 물려받을 권리가 있는 사람을 가리킵니다. 1순위는 직계비속, 쉽게 말해 자녀와 그 아래 자손들입니다. 2순위는 직계존속, 즉 부모나 조부모입니다. 배우자는 1순위나 2순위가 있을 경우 이들과 함께 공동 상속인이 되며, 다른 상속인보다 상속분이 50% 더 많습니다.
사장님의 경우, 법률혼 관계에 있던 배우자로서 남편 사망 시 정당한 상속인이 된 것입니다. 그 부분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습니다. 문제는 시어머니가 법을 몰랐고, 동거인 표기를 보고 사장님이 '가족 행세를 한 이방인'처럼 오해한 데 있었습니다.
한편 재혼 가정에서 이복형제나 이부형제 관계가 섞여 있을 경우, 각 자녀가 법적으로 사망자의 자녀로 등재되어 있다면 모두 동일한 1순위 상속인이 됩니다. 입양 여부와 친생자 여부를 불문하고, 법적 부모자녀 관계가 성립해 있는 모든 자녀는 같은 지위에서 공동 상속인이 되는 것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재혼하면 배우자의 자녀와 자동으로 법적 가족이 되나요?
A. 아닙니다. 1991년 민법 개정 이후로는 재혼만으로는 배우자의 자녀와 법적 부모자녀 관계가 생기지 않습니다. 계부나 계모와 상대방 자녀가 법적 가족이 되려면 반드시 입양 절차를 별도로 밟아야 합니다.
Q. 아이의 성을 새 아버지 성으로 바꾸면 법적 자녀가 되는 건가요?
A. 그렇지 않습니다. 성본 변경은 이름을 바꾸는 절차일 뿐이고, 가족관계등록부상 부모자녀 관계와는 완전히 별개입니다. 같은 성을 써도 법적으로는 여전히 남남인 상태가 됩니다. 법적 자녀로 등재되려면 입양 신청을 해야 합니다.
Q. 친양자 입양과 일반 입양 중 어떤 게 아이에게 더 유리한가요?
A. 상속 측면에서만 보면 일반 양자 입양이 아이에게 유리합니다. 기존 친부모와의 관계를 유지하면서 새 양부모 쪽에서도 상속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 친양자 입양은 기존 친부모와의 법률 관계가 완전히 소멸되므로, 어느 쪽이 나은지는 가정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Q. 아이가 이미 성인인데 입양이 가능한가요?
A. 친양자 입양은 미성년자에게만 가능합니다. 그러나 일반 양자 입양은 성인이 된 후에도 할 수 있습니다. 자녀가 이미 성년이 된 재혼 가정이라면 일반 입양이 유일한 선택지가 됩니다.
Q. 이혼 후 전 배우자가 친권을 가져갔어도 내 아이는 제 상속인이 되나요?
A. 그렇습니다. 친권과 상속권은 전혀 별개의 문제입니다. 친권은 만 19세가 되면 소멸하는 개념이지만, 친부모와 자녀의 혈연 관계 자체는 어떤 경우에도 바뀌지 않습니다. 이혼 후 상대방이 자녀를 키우고 있더라도, 그 자녀는 부모 각자의 사망 시 1순위 상속인이 됩니다.
결론
사장님 이야기를 듣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제가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나도 그걸 몰랐다'는 것이었습니다. 재혼 가정을 이루면서 저는 법적인 절차에 대해 무지했고 관계의 온전함에 만족했었습니다. 무엇이 부족했는지 미처 인식하지 못한 것이었습니다. 무지로 인해 혼인 신고와 더불어 아이들 입양 절차까지 완료하여 온전한 가족 관계를 만들지 못한 것이 아쉽습니다. 때로는 보이는 법적인 서류가 신뢰와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으니까요.
자녀가 있는 상태로 재혼을 준비하고 있거나, 이미 재혼 가정을 꾸리고 있다면 이러한 입양 절차와 그 결과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살펴보시길 권합니다. 당장 재산이 없더라도, 관계를 법적으로도 분명히 해두는 것이 훗날 예상치 못한 분쟁에서 가족을 지키는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마음으로 가족이 된 것을 서류로도 확인받는 일, 그게 사랑을 지키는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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