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구속되던 날, 저는 법을 믿었습니다. DNA 증거와 CCTV 영상은 무죄를 가리키고 있었고, 검사가 제시한 물적 증거는 단 하나도 없었으며, 피해자 진술은 앞뒤가 맞지 않을 뿐 아니라 사실과도 일치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선고된 것은 4년 금고 실형이었습니다. 1심 판결문과 항소심 판결문 어디에서도 남편이 왜 유죄인지 제대로 설명한 부분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상고했고 상고이유서를 작성했습니다. 대한민국의 법률상 판결의 이유를 적지 않은 것은 분명한 위법이었으니까요. 그런데 얼마 전 우연히 발견한 한 변호사의 유튜브 채널에서 "무죄판결이 쉽지 않은 형식상 이유 - 형식이 사고를 지배한다"를 보고 나서 알게 되었습니다. 한국의 법률과 달리 유죄 판결문에는 원래 그 이유를 거의 적지 않는..
한국의 형사재판 유죄율은 98~99%에 육박합니다. 이 수치를 처음 접했을 때 저는 그냥 숫자로 흘려들었습니다. 그런데 남편의 재판을 1심부터 상고심 기각까지 직접 지켜보고 나서야, 이 숫자가 사법 시스템의 구조적 문제를 그대로 반영한다는 걸 몸으로 알게 됐습니다.공판중심주의란 무엇인가 — 법이 말하는 것과 현실공판중심주의(公判中心主義)란 형사재판에서 모든 증거 조사와 변론이 법관이 직접 보고 듣는 공판정을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쉽게 말해, 법정이라는 링 위에서 판사·검사·피고인·변호인이 함께 있는 자리에서 직접 조사되지 않은 증거는 유죄 판결의 근거로 쓸 수 없다는 뜻입니다. 이 원칙은 2007년 형사소송법 개정 이후 본격적으로 도입됐습니다. 개정의 핵심은 직접심리주의와 구두변론주의였..
솔직히 저는 구속이 그렇게 쉽게 이루어질 수 있다는 걸 직접 겪기 전까지 몰랐습니다. 주거지도 분명하고, 수사에 성실히 협조했고, 도망갈 이유도 전혀 없었는데 남편은 사전 구속되었습니다. 그 순간부터 법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 제대로 들여다보게 됐습니다.구속 요건, 법 조문과 현실의 간극형사소송법 제70조에는 사전 구속(피의자를 재판 전 신체적으로 구금하는 조치)의 요건이 명시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사전 구속이란 아직 유·무죄가 가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수사 또는 재판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신체의 자유를 박탈하는 처분을 말합니다. 법 조문에 따르면 구속이 가능한 경우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피고인에게 일정한 주거지가 없는 경우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는 경우 — 수사 중 핵심 증거를 없애거나 훼손할 가능성..
사실과 다른 공소장을 보며 부당한 재판을 멈출 유일한 법적 수단이라 믿고 제출했던 공소기각 의견서의 현실을 뼈아프게 마주했습니다. 공소장일본주의 위반과 공소권 남용이라는 명백한 사유가 있어도 실무 법정에서 왜 외면받는지, 법전에만 살아 숨 쉬는 공소기각 제도의 냉정한 현실을 짚어봅니다.공소기각이란 무엇인가 — 법 조문과 실제 사유남편의 공소장을 처음 받아든 저는 이것이 결코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사건이 발생하기 전에는 '공소기각'이라는 절차가 존재하는지도 몰랐습니다. 사건 장소, 시간, 상황이 사실과 완전히 다르게 적힌 공소장을 보며 법률을 치열하게 찾아보았고, 잘못된 기소 자체를 무효로 돌리는 공소기각 제도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법원에 공소기각 의견서를 제출..